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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EQ900은 독일 프리미엄 3사 플래그십 롱휠베이스 모델 수준의 차체 크기에 중후한 스타일과 동급 최대의 실내 공간,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편의, 안전 장비를 갖췄고, 호화로운 실내에는 최고급 소재가 적극 사용됐다. 3.3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은 매우 경쾌한 가속 성능을 제공하고, 주행 감각도 이전 에쿠스에 비해 안정감을 강화했다. 반면 강력해진 엔진 성능에 비해 제동 성능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전반적으로 국내에서라면 매우 높은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보여지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로 자리매김 하려면 제네시스 만의 확실한 색깔을 찾고 가꿔야 하겠다.


현대자동차가 돌발적으로 제네시스 브랜드를 런칭했다. 이전부터 프리미엄 브랜드를 런칭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꾸준하게 있어 왔지만 언제부턴가 수면 아래로 내려간 것처럼 보였는데, 말 그대로 돌발적으로 브랜드를 출범시킨 것이다. 그리고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모델이자 기함으로 EQ900을 선보였다. 물론 현재 제네시스(DH) 모델이 이미 있긴 하지만 현재의 제네시스 모델이 제네시스 브랜드의 일원으로 합류하기 위해 이름을 ‘G80’으로 바꾸는 것은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 명목상으로 기함인 EQ900이 첫 모델이 되는 셈이다. 참고로 EQ900은 글로벌에서는 ‘G90’으로 판매되고, 국내에서만 지금까지의 에쿠스에 대한 헌정 개념으로 EQ900라는 이름을 쓰게 된다. EQ900도 한국사람들은 쉽게 ‘이큐 구백’이라고 읽을 것으로 보이는데, 현대차 측에서는 ‘이큐 나인헌드레드’라고 발음하도록 권하고 있다.



지난 12월 9일 EQ900 신차발표회가 있은 후 1주일만에 미디어 시승회가 열렸다. 우선 서울 강남 도산사거리에 있는 ‘현대모터 스튜디오’에서 제품에 대한 상세 설명을 듣고, 제품에 적용된 다양한 소재들을 살펴본 후, 현대차 측에서 운전자와 설명을 담당하는 매니저를 배정한 EQ900 뒷자리에 타고 강남 시내를 돌았다. EQ900이 대부분 쇼퍼드리븐으로 운영될 것을 감안하면 뒷좌석 체험도 나름 의미 있는 진행이었다. 이후 W호텔에서 춘천 로드힐스 CC 구간에서 본격적인 시승이 진행됐다. EQ900에서 가장 먼저 생각할 부분은 브랜드의 포지셔닝이다. ‘현대 에쿠스’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제네시스 EQ900’이다. 물론 현대 에쿠스가 선조이긴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현대차로 불려져서는 안 된다. 제네시스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3사를 비롯해, 렉서스, 인피니티, 어큐라 등 일본 3사의 프리미엄 브랜드 등과 경쟁하게 된다. 미국 브랜드에서는 포드와 GM이 링컨과 캐딜락을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독일 3사는 오랜 역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고, 미국의 링컨과 캐딜락은 원래 존재하던 브랜드가 포드와 GM 그룹에 소속되면서 그룹 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지위를 차지한 경우다. 반면 일본 출신 3개 브랜드는 대중차 브랜드인 토요타, 닛산, 혼다가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한 고급차를 판매하기 위해 만든 별도의 브랜드다. 따라서 제네시스도 렉서스, 인피니티, 어큐라와 비슷한 행보를 걷게 된다. 하지만 인피니티와 어큐라가 렉서스에 비해 많이 뒤지는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제네시스는 렉서스 이상의 브랜드로 자리매김 해야 할 과제가 가장 크다.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다시 하기로 하고, EQ900 자동차에 대해 집중해보면 우선 차체 크기에서 EQ900의 지향점을 찾을 수 있다. 독일 프리미엄 3사는 공통적으로 플래그십 모델을 ‘스탠다드 휠베이스’ 모델과 ‘롱 휠베이스’ 모델로 운영해 오고 있다. 전자는 차체 길이 5.1m와 휠베이스 3m 전후, 그리고 후자는 차체길이 5.2m와 휠베이스가 3.2m 전후로 구분된다. 그런데 EQ900은 기본 모델의 사이즈가 5,205 x 1,915 x 1,495mm에 휠베이스 3,160m로 기본모델이 독일 프리미엄 3사의 롱휠베이스 모델과 거의 비슷한 사이즈다. S클래스 롱휠베이스 모델이 5,250 x 1,900 x 1,500mm에 휠베이스 3,165mm다. 거기다 휠베이스를 29cm 늘인 EQ900 리무진은 사이즈가 5,495 x 1,915 x 1,495mm에 휠베이스 3,450mm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의 5,455 x 1,900 x 1,500mm에 휠베이스 3,365mm 보다 더 크다. EQ900이 사이즈 면에서 독일 프리미엄 3사의 모델 라인업을 능가한다고 봐야겠다.


디자인은 이전 에쿠스가 역동적인 면을 강조한 반면 EQ900은 좀 더 보수적인 라인이 적용됐다. 측면에서 보면 최근 등장한 7시리즈의 비례와 비슷하게 늘씬하게 뻗은 자세가 돋보인다. 랜더링에서 크게 강조됐던 두꺼운 C필러는 실제 차에서는 랜더링만큼 강렬하지 않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이 급의 최고급차에서는 두꺼운 C필러가 권위와 고급스러움을 표현하면서 VIP의 프라이버시 공간 확보까지 해 줄 수 있어서 선호되는 스타일이다. 앞모습은 현재 제네시스와 함께 육각형의 대형 그릴을 적용하면서 보다 고급스럽게 강조했다. 현대차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에 적용되는 대형 그릴을 유럽 귀족 가문의 문장이라는 뜻의 ‘크레스트’그릴로 명명하고 있다. 실내 공간은 수치가 보여주는 이상으로 넓게 확보했다. 실내 공간 창출에서 탁월한 기량을 갖춘 현대차의 장기가 그대로 발휘됐다. 특히 뒷좌석 공간은 광활한 수준이다. 실내에 적용된 소재도 타사 기함 모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최고급 가죽과 리얼 우드를 적극 사용했다. EQ900 실내에는 소 1마리 분의 가죽이 들어간다고 한다. 특히 가죽은 모기가 소를 물어서 생기는 상처까지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한 관리에 의해 생산된 가죽이다.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등 럭셔리 브랜드가 그 동안 강조해 오던 가죽의 품질 이야기를 이제 제네시스에서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Q900은 쇼퍼드리븐의 비중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운전석도 최첨단으로 고급스럽게 꾸몄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12.3인치 대형 모니터를 적용해 경쟁 프리미엄 모델과 동등한 수준의 편의를 제공한다. 운전석에는 세계 최초로 운전자의 체형에 자동으로 운전 자세를 맞춰주는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이 적용됐다. 서울대 의대 임상 실험 결과를 토대로 운전자의 키와 몸무게, 안전키 정보를 입력하면 최적의 운전 자세로 시트와 스티어링 휠 위치를 맞춰주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키와 몸무게를 입력할 때 10cm와 10kg 단위로 구분되어 있는 보기 중에서 선택하게 돼 있고, 앉은 키는 ‘크다, 보통, 작다’로만 선택할 수 있어서 정교하게 추천해주지는 못했다. 그리고 추천된 운전 자세가 자동차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운전 자세와 많이 다르다는 점에서도 향후 개선이 꼭 필요해 보인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위급 상황에서 자동차를 가장 효과적으로 조종할 수 있고, 만일의 경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체 상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자세를 추천하는 반면, EQ900이 제안한 자세는 전혀 그런 기능을 할 수 없고 그냥 편안하게만 앉을 수 있는 자세였다.


반면 EQ900의 모던 에르고 시트는 안락함과 기능성 부문에서 호평을 받으며 독일 척추 건강협회의 공인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안락함에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한편 운전석은 어깨 부분의 각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돼 운전 자세를 잡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 관절은 2열 시트에도 적용됐다. 보통 고급차들은 2열 시트를 조절할 때 앞뒤 슬라이딩과 등받이 각도 조절을 따로 할 수 있는데, EQ900의 경우 앞뒤 슬라이딩 시 등받이 각도 조절이 함께 이루어지며, 등받이 각도 조절 장치로 보이는 레버를 움직이면 등받이 전체의 각도가 아닌 어깨 부분의 각도가 조절된다. 이런 설정은 현실적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적당한 자세를 잡아 줄 수 있어서 매우 좋은 설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2열 시트는 5인승이 기본이며 4인승을 선택할 경우 2열 센터 터널을 접을 수 없는 고정식으로 제공된다. 2열에서도 1열 동반자석의 시트를 조절할 수 있는데, 타 브랜드와 기존 제네시스, 에쿠스와는 달리 1열 동반자석에 사람이 있을 경우에는 2열에서 조절할 수 없도록 했다. 1열 동반자석에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버튼 원터치만으로 시트를 길게 눕히거나 세우는 동작을 마무리할 수 있다.


EQ900에는 람다 V6 3.3 터보 GDi, 람다 V6 3.8 GDi, 타우 V8 5.0 GDi의 3가지 엔진이 적용되고, 중국 시장을 위해서는 3.0 가솔린 터보 엔진이 마련돼 있다. 각 엔진 별로 4WD인 H-TRAC을 선택할 수 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3.3 터보 엔진은 3.8 가솔린 모델보다 더 비싸지만 많은 이들이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시승차 역시 3.3 터보 H-TRAC 모델로 준비됐다. 람다 V6 3.3 트윈터보 GDi 엔진은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고 시프트 패들을 갖췄다. 3.8 람다 엔진이 그랬듯 터보차저를 더했음에도 엔진은 회전이 매끄럽고 경쾌했다. 가속은 어느 영역에서든 여유가 있었다. 고속 영역까지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밀어주는 힘도 넉넉하다. 변속도 부드럽고 경쾌하다. 특히 가속 시 기어를 높일 때 회전계의 바늘이 떨어지는 동작이 무척 경쾌하다. 넉넉한 파워로 가속이 무척 강력한 반면, 제동 성능은 보강이 불가피해 보인다. 고속 구간에서 급제동을 2회 정도 실시한 후에는 제동 성능이 급격히 떨어졌다. 무거운 차체와 강력한 엔진을 갖춘 만큼 그에 상응하는 제동력 확보가 시급해 보인다.


주행감각은 부드러우면서 안정감을 잘 확보했다. 특히 중저속으로 주행하는 시내 주행에서 부드러운 승차감이 돋보인다. BMW 그룹에서 M브랜드 엔지니어링을 담당하다 현대차로 옮겨 온 알버트 비어만은 국내 도로가 그 어느 나라보다 과속방지턱이 많으며, 과속방지턱의 높이도 높다면서 EQ900이 과속방지턱을 보다 안락하고 안정적으로 넘을 수 있도록 다듬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강남의 도로를 뒷좌석에 앉아서 달려 본 결과 매우 높은 수준의 안락함을 선보였다. 현대차가 이를 위해 개발한 시스템은 독일 작스(Sachs)사와 공동 개발한 GACS(Genesis Adaptive Controle Suspension)로 쇽업소버 내부에 유압을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내장형 밸브를 적용해 안락한 승차감을 유지하면서 조종안정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GACS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매직 바디 컨트롤’이나 BMW 7시리즈의 ‘이그제큐티브 드라이브 프로’처럼 차량 앞쪽의 도로를 카메라로 스캔해서 능동적으로 서스펜션을 조절해 승차감을 극대화시키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냥 전통적인 유압식 서스펜션 중 높은 수준의 승차감을 확보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전자식 상시 4륜 구동시스템(AWD) ‘H-TRAC(에이치트랙)’은 현재 2세대 제네시스(DH)에 적용돼 호평을 받았던 장비로, 동절기 눈길 및 악천후 운전시에 뛰어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어드밴스드 스마트크루즈컨트롤(ASCC)과 차선이탈을 방지해 주는 LKAS는 기본으로 제공된다. 따라서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하다 잠깐 운전자가 부주의하더라도 스스로 알아서 차선을 따라 주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의 제네시스에 적용된 것과 같다. EQ900에는 거기에 더해서 네비게이션과 연동해 고속도로 상에서는 앞 차의 속도에 따라서 차가 정치할 때까지 드라이빙 어시스트를 제공하는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 Highway Driving Assist)’이 적용됐다.


일반 도로에서는 도로 상황에 따라서 안전이 확보되지 못할 수도 있는 저속 구간에서는 ASCC와 LKAS의 연동이 해제되는 반면, 고속도로에서는 전 속도영역에서 지원이 된다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설정 속도가 높더라도 과속 카메라 단속 구간에서는 자동으로 제한 속도에 맞춰서 주행하는 기능도 더해졌다. (현재 제네시스에 적용돼 있는 기능이다.) 일반도로에서는 계기판과 헤드업디스플레이에 LKAS를 의미하는 스티어링 휠 이미지가 녹색으로 표시되는데,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이미지가 파란색으로 바뀌면서 HDA 글씨(HUD에는 NAVI)가 표시된다.


EQ900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기함답게 최첨단 편의 안전 장비를 잔뜩 실었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풀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고스트 도어 클로징, 아웃사이드 미러 로고 패턴 퍼들 램프, 스마트 공조 시스템, 뒷좌석 9.2인치 광시야각 모니터, 전후석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 등을 갖췄다. 모니터는 터치 패드는 지원하지 않는다. 후측방 충돌회피 지원 시스템, 부주의 운전경보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앞좌석 프리액티브 시트벨트 등의 안전장비도 충실하게 갖췄다. 고객에 대한 프리미엄 서비스도 대거 확충했다. ‘EQ900’ 고객만을 위한 VIP 멤버십 서비스인 ‘아너스G(Honors G)’를 통해 아너스 G 컨시어지, 아너스 G 인텔리전트 카 케어, 아너스 G 인비테이션 등 특별한 혜택을 제공한다.


제네시스 EQ900은 대형차체와 충실한 안전, 편의 장비, 호화로운 실내 마감, 경제적이면서 강력한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 등의 적용으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의 자동차를 7,300만원 ~ 1억 1,700만원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우 높은 경쟁력이다. 하지만 연말 법인차 교체 시기와 신차효과가 지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S클래스와 7시리즈, A8 등을 구입할 경제력을 가진 고객이 EQ900으로 눈을 돌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5시리즈와 E클래스, A6 등을 고려하는 고객이 EQ900을 선택할 것인가가 관건인데, 이 또한 차의 성격이 다른 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렉서스 LS의 고객을 흡수 할 수 있을까? 어떤 시나리오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단순히 큰 차체와 충실한 장비, 뛰어난 만듦새 만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와 프리미엄 모델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깊이 인지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고객만족을 실현하고, 세계 최초, 최고의 자동차가 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진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고객으로부터 프리미엄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무리 먼 천리길이라 하더라도 한걸음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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