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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야흐로 개성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남들과 달라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것이 이제는 익숙해 졌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라서, 과거에는 너도 나도 “국민차”를 사기 위해 줄을 섰지만, 이제는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차를 선택하고 꾸미는 데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수입차의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데에도 이러한 개성지향적인 분위기가 일조하고 있다.


그런데 화려함을 앞세운 이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으면, 오히려 무심한 듯 시크한, 심플한 매력에 마음을 사로잡히기도 한다. 게다가 실용적이고 다재다능하다면 더욱 그렇다. 화려한 고급 가구들 사이에서 이케아의 등장이 파란을 일으켰듯, 수입차 시장에서는 이케아와 같은 스웨덴 출신의 볼보가 조용한 돌풍을 불러오고 있다.


이른 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라 불리는 볼보와 이케아에는 공통된 매력이 있다. 우선은 화려한 매력은 없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타일, 본질과 용도에 충실한 기능성, 그리고 사용자에게 초점이 맞춰진 인간중심적 설계가 그렇다. 볼보가 지난 해 2,976대를 판매, 전년대비 51.6%의 경이로운 성장을 기록하며 수입차 시장의 다크호스로 성장하는 것 또한 다양성이 강조되면서 되려 본질에 충실한 볼보의 가치가 잘 알려진 까닭이다. 이번에 볼보에서 선보인 V60 크로스 컨트리는 V60 왜건의 실용성에 험로주파능력을 더한 크로스오버다. 지상고를 65mm 높였지만 승용차다운 운전감각은 버리지 않았다. 크로스오버 열풍에 발맞춰 크로스 컨트리 라인업을 강화하는 볼보에게 V60 크로스 컨트리는 브랜드의 중추를 담당하는 핵심 모델이다.


V60 크로스 컨트리의 디자인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S60의 왜건형 모델인 V60이 키높이 신발을 신은 형태이다. 국내에서는 흔치 않지만 유럽에서는 이런 형태의 크로스오버 왜건이 제법 인기를 끌고 있다. 아우디의 올로드, 폭스바겐의 올트랙 라인업이 그렇고, 올해 말 국내에도 출시될 푸조 508 RXH 등도 이런 크로스오버에 해당한다.


물론, 이런 크로스오버 왜건을 처음 만든 것은 바로 볼보다. 압도적인 실용성과 넉넉한 주행 성능을 갖춘 XC70이 바로 최초의 크로스오버 왜건이다. 오늘날 볼보의 SUV 라인업에는 “XC”라는 이니셜이 붙는데, 이 XC가 바로 크로스 컨트리의 약자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왜건과 SUV의 중간에 해당하는 크로스오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그 결과 볼보는 승용 라인업을 기반으로 차고를 높인 모델들의 이름은 크로스 컨트리라고 풀어 쓰기로 했다. V60과 많은 디자인을 공유하지만, 인상은 사뭇 다르다. 우선 앞, 뒤의 범퍼 디자인부터 훨씬 거친 분위기를 풍긴다. 라디에이터 그릴 또한 허니컴 스타일로 바뀌어 보다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 측면에서 보면 지상고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전용 디자인의 알로이 휠이 조합되고 플라스틱 몰딩이 휠하우스를 감싸 더욱 지상고가 높아보이게 만든다. 또 비포장로에서 도장면의 손상을 막기 위한 기능적 역할에도 충실하다.


전고는 V60 대비 65mm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1,545mm로 제한돼 SUV인 XC60에 비해 170mm나 낮다. 루프랙 캐리어 등을 활용하기 훨씬 수월하다는 뜻이다. 최저지상고는 201mm로, V60과의 차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높아졌다. 동생 격인 V40 크로스 컨트리가 V40과 비교해도 거의 지상고 상승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내는 V60과 거의 차이가 없다. 볼보 특유의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센터페시아 구성이 익숙하다. 인테리어 곳곳에는 브라운 컬러로 포인트를 주어 자연친화적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1열 시트의 경우 사이드 볼스터를 강화해 험지에서의 지지력을 높였다는 것이 볼보의 설명이다. 뒷좌석 역시 V60과 큰 차이가 없다. 성인 남성이 탑승하기에는 부족하진 않지만 넉넉하지도 않은 공간이다. 높아진 지상고에 맞춰 시트 포지션도 약간 높아졌는데, 2열 시트의 방석 부분이 짧은 편이라 오래 앉기에는 다소 불편할 수 있겠다. 볼보의 여러 모델에서 볼 수 있는 어린이용 부스터 시트가 탑재돼 있으며, 40:20:40 폴딩 시에는 트렁크 용량이 692L에서 1,664L로 늘어난다. 이는 각각 XC60보다 200L 가량 넓은 것으로, 이것이 바로 크로스 컨트리가 SUV와 비교해 갖는 가치 중 하나다.


시승은 크게 두 가지 코스에서 이뤄졌다. 우선은 와인딩 로드와 고속도로로 이뤄진 일반도로를 달렸고, 이어서 경사가 가파른 오프로드 코스를 달리며 크로스 컨트리의 험지 주파능력을 시험했다. V60 크로스 컨트리에는 드라이브-e 2.0L 4기통 엔진이 탑재된 D4와 2.4L 직렬 5기통 디젤 엔진의 D4 AWD, 그리고 2.5L 직렬 5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T5 AWD 등 3가지 엔진 라인업이 존재한다. 이 중 기자가 시승한 것은 D4 AWD 모델.


최근 볼보는 2.0L 엔진 블록을 공유하는 드라이브-e 엔진을 전 모델로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AWD와 조합되는 엔진은 준비되지 않았다. 국내에 AWD 라인업 투입이 더딘 것도, V60 크로스 컨트리 AWD에 5기통 엔진이 탑재된 것도 그런 까닭이다. 드라이브-e 엔진과 8속 자동변속기, 그리고 AWD의 조합은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전 라인업에 확대된다는 것이 볼보의 설명이다.


어쨌든, D4 AWD의 5기통 엔진 또한 매력적이다. 최고출력은 190마력, 최대토크는 42.8kg.m에 이른다. 최대토크가 1,500rpm부터 뿜어져 나와 초반에 굼뜬 느낌이 없다. 4기통의 가뿐함과 6기통의 매끄러움을 적절히 조합한 듯한 회전질감이 일품이다. 으레 4기통 디젤 엔진들이 소음 진동 면에서 불만이 생기기 마련인데, 저회전에서도 고회전에서도 부드럽고 조용하다. 와인딩 로드를 지나며 속도를 높여봤다. 지상고가 높아졌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자세를 잡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차고는 높아졌지만 승차감은 오히려 세단에 가깝다. 부드럽기보다는 탄탄하며, 댐핑 스트로크가 짧고 반응이 민첩하다. 다만 코너에서 요철을 만나면 후륜의 자세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AWD 시스템 덕분에 내리막에서도 불안감은 찾아볼 수 없다.


고속으로 갈 수록 차체는 노면으로 가라앉는 느낌이다. 이 역시 SUV보다는 승용차와 더 비슷하다. SUV와 비슷한 높은 시트 포지션과 넓은 시야를 갖춰 주행의 편의성은 극대화하면서도, 코너에서도 고속에서도 승차감은 승용차에 가깝게 세팅된 것이다. 이 절묘한 조합은 어딘가 새로우면서도 만족도가 높다.


온로드 주행을 마치고 오프로드 코스로 들어섰다. 사실 걱정이 앞섰다. 승용 SUV들조차 오프로드 주행 성능은 구색 갖추기에 불과한 경우가 많고, 크로스오버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크로스 컨트리가 험난한 흙길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게다가 타이어도 편평비가 낮은 19인치 승용 타이어인데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의구심이 무색할 정도로, V60 크로스 컨트리는 가뿐하게 험지를 돌파했다. 경사가 가파르고 좁은 길임에도, 넉넉한 토크와 안정적인 AWD 시스템에 힘입어 주저없이 내달렸다. 랜드로버, 지프에게나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비포장 도로를 도심에 어울리는 볼보가 거침없이 돌파하니 낯설기까지 하다. 궂은 날씨와 험준한 산길로 유명한 스웨덴 출신의 크로스오버가 실력발휘를 한 셈이다. 시장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SUV가 매력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SUV와 세단, 왜건 등 전통적인 승용 모델의 사이에는 분명 넘기 어려운 간극이 있었다. 서로 다른 승차감과 거주성, 실용성 등이 그렇다. 소비자들은 운전하기 편하고 어떤 길이든 달릴 수 있지만 주행 안정성을 희생해야 하는 SUV와 안락하고 탄탄하지만 지상고가 낮고 숲길에 적합하지 않은 승용 모델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했다.


하지만 V60 크로스 컨트리는 그런 고민들을 깔끔하게 날려버린다. 맏형 XC70이 성공적으로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척했을 때처럼, V60 크로스 컨트리는 평일에는 도심의 빌딩 사이를 달리다가도 주말이면 근교의 숲 속으로 캠핑을 떠나기에 충분하다. 도심에 적합한 거주성과 편의성, 레저에 적합한 공간과 실용성, 주행능력을 빠짐 없이 챙겼다.


볼보의 야심은 대단하다. 올해 전년 대비 1,000대 이상 증가한 4,000대 이상의 판매 목표를 세웠으며, 세부 트림을 37개로 늘려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계획이다. 드라이브-e와 크로스 컨트리 등 차별화된 강점과 신형 XC90, S80 등 신 모델을 내세워 장기적으로는 연간 1만 대 이상을 한국에 판매하겠다고 한다. 결코 만만치 않은 목표지만, 우수한 상품성과 완성도는 이 원대한 목표에 설득력을 실어 준다. 틈새를 완벽히 파고 드는 V60 크로스 컨트리의 가치가 그것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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