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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들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한 동안 주춤했던 일본차들 또한 재기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차들은 2000년대 수입차 대중화에 앞장섰으나, 디젤을 위시한 독일차들의 강세로 예전같은 위용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입차 전체의 파이가 커지고 디젤 게이트의 여파로 디젤 회의론이 고개를 들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사실 다양한 수요층을 지니고 있는 유럽차에 비해 일본차는 수입차 시장에서 그다지 강렬한 인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몇몇 스포츠카를 제외하면 주로 중년층을 위한 보수적이고 얌전한 차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조용하고 안락하며 연비좋고 편한 차 말이다. 대중적 패밀리카인 중형세단과 SUV가 라인업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도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혼다의 중형세단, 어코드도 그런 차 중 하나다. 넓은 공간과 쾌적한 사양을 갖췄지만 젊고 역동적이기보다는 차분하고 수수한 매력이 더 컸다. 유명한 시 구절을 인용하자면, “자세히 보면 예쁘고 오래 볼 수록 사랑스러운” 차지만, 첫 눈에 반하지는 않는다고나 할까. 그런 무난함 또한 장점이기도 하지만,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그랬던 어코드가 트랜스포머처럼 환골탈태하고 등장했다. 큰 틀은 기존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사양을 대거 적용해 완성도를 끌어올렸고, 동시에 미래적인 비주얼을 둘렀다. 더 이상 보수적인 중형세단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젊은 층의 시선을 끌기에도 충분하다.


어쩌면 어코드의 변신은 예고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보수적인 일본 중형세단들은 꾸준히 변신을 준비해 왔다. 지난 해 부분변경된 캠리 역시 2,000개의 부품을 새로 설계하며 젊고 공격적인 스타일로 바뀌었고, 아직 국내에 선보이지 않은 알티마 부분변경 모델도 기존보다 더 스포티해졌다. 어코드 역시 그런 변화의 기조에 동참한 셈이다.

일본 3사의 중형세단들은 각자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캠리가 뭐든지 잘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장점을 지닌 반면 닛산 알티마는 스포티한 주행감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코드는 동급 최고수준의 공간과 풍요로운 편의사양이 장점이다. 새로운 어코드도 그런 기존의 장점들을 계승하고 있다.


외관만 하더라도 보기만 좋은 것이 아니라 화려한 사양을 덧댄 부분이 돋보인다. 가령 전 모델에 기본 적용된 전면부 풀 LED가 퍽 인상적인데, 동급 중 헤드라이트와 안개등 모두를 LED로 치장한 것은 어코드가 유일하다. 앞서 레전드에서 선보인 쥬얼 아이 헤드라이트와 유사한 LED 헤드라이트는 6개의 전조등과 3개의 상향등 LED 코어로 이뤄져 있고, 주간주행등(DRL)과 방향지시등, 안개등도 모두 LED로 조합됐다. 밋밋했던 헤드라이트에는 “솔리드 윙”이라 불리는 메탈릭 프론트 그릴이 라이트 상단을 파고 드는 스타일로 바뀌면서 액센트를 줬다. 범퍼 역시 보다 근육질로 다듬어졌다. 후면부 역시 라이트 디자인이 바뀌었는데, 기존에 구형 제네시스를 닮았던 테일램프는 면발광이 추가되면서 모양새를 손봤고, 크롬 장식을 더해 보다 화려해졌다. 알로이 휠 역시 다이아몬드 커팅 타입으로 바뀌었다. 미약했던 기존 모델의 존재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쓴 티가 역력하다.

전체적으로 이전에 비해 상당히 미래지향적인 스타일링인데, 북미의 프리미엄 브랜드 어큐라와도 일맥상통한다. 화려하고 젊은 디자인은 어쩌면 무난한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수입차 구매에 거부감이 적은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은 브랜드의 역동성을 높여주는 데에 일조하므로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다. 변화는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보다 세련되게 다듬어졌고, 트림과 시트, 대쉬보드 등은 재질을 개선해 고급스러움을 가미했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듀얼 모니터를 채택하고 있는데, 하단 디스플레이 주변의 오디오 조작버튼과 다이얼을 모두 터치타입으로 변경했다. 터치 감도는 좋은 편이지만, 볼륨 조절에는 다이얼이 더 편한 것이 사실이다.

 


혼다는 신형 어코드에 “Futurist”라는 서브네임을 달아줬다. 이는 직역하면 미래파를 의미하는데, 그만큼 미래지향적 변화에 중점을 뒀다는 의미다. 외부의 공격적인 디자인 외에도, 내부 사양의 개선 폭이 크다. 기본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기반 타입으로 바뀌었다. 메인 화면에서 아이콘 배치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점이 재밌다.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을 메인 화면으로 이동시키거나 추가 어플리케이션 설치도 가능하다.


동시에 음성인식 연동을 지원하는 애플 카플레이도 도입됐다. 안드로이드 기반 OS와 애플 카플레이의 조합이 오묘하다. 카플레이는 아이폰을 USB 단자와 연결하면 활성화되며, 음성인식(Siri), 음악재생, 인터넷 접속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도 새롭게 바뀌었는데, 스마트폰 테더링을 통해 TPEG 외에도 최신 지도 업데이트와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할 수 있는 차세대 클라우드 내비게이션을 채택했다. 혼다 차량에 탑재되는 레인 워치(Lane Watch) 기능도 흥미롭다. 우측 방향지시등을 켜거나 컴비네이션 스위치 상단의 버튼을 누르면 상단 디스플레이를 통해 오른쪽 후측방을 카메라로 확인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이드미러의 후방 시야도 괜찮은 편인데, 혹시 모를 사각지대의 위험을 피하거나, 협소한 공간에 평행주차를 하는 경우에 요긴하겠다.


파워트레인은 기존과 동일한 2.4L 직렬4기통과 3.5L V6 등 2종류. 각각 CVT와 6속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새로울 것은 없지만 2.4 모델의 경우 변속기 로직을 개선해 초반 응답성과 가속력을 보다 고르게 분배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혼다의 설명이다. 시승차는 모두 3.5 V6로 준비되어 2.4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어코드에 적용된 3.5L V6 엔진은 꽤 오랫동안 사용돼 온 J35 엔진의 최신 버전이다. 효율과 성능을 모두 높이기 윈한 어스 드림 테크놀러지가 적용됐으며, 정속주행이나 완만한 가속 중 3기통 또는 4기통만 작동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VCM(가변 실린더 매니지먼트) 기술 또한 적용됐다. 최고출력은 282마력, 최대토크는 34.8kg.m에 이른다.


우선 최대 가속 시 가속력은 상당히 경쾌하다. 일상주행에서는 VCM이 작동해 부하가 적은 상태에서 배기량대비 뛰어난 연비를 실현하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포츠카 못지 않게 치고 나간다. 최고속도는 210km/h에 전자적으로 제한돼 있지만, 그 이상으로 힘이 넘친다. 다만 패들시프트나 수동모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큰 오점이다. 운전재미를 반감시킬 뿐 아니라 최적화된 퍼포먼스를 낼 수도 없다. 경쟁모델 알티마는 CVT임에도 수동모드가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 일상주행 중 급가속 시 가변 실린더와 더딘 변속반응이 합쳐져 뒤늦게 가속이 이뤄지는 점도 아쉽다. 차량이 운전자의 지시에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수동모드를 갖추면 해결될 일이다.


서스펜션 세팅은 부분변경과 함께 상당히 하드한 타입으로 바뀌었다. 거의 독일차와 맞먹는 탄탄함이다. 어쩌면 부드러움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너무 단단할 수도 있겠다. 큰 요철에서는 적당히 여유를 두면서도 잔 요철은 걸러내는 솜씨가 퍽 노련하다. 고속안정성 또한 발군으로, 시승 당일에 비가 왔음에도 놀랄 만한 안정감을 보여줬다. 코너에서도 차체를 잡아주는 느낌이 탁월한데, 서스펜션의 만족이 커질 수록 수동 모드의 부재가 아쉽다. 전장이 4,890mm에 이를 정도로 큰 편이지만-쏘나타보다 35mm나 길다- 스티어링 유격이 적어 큰 차를 몬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 여유가 넘치는 캠리와는 대조적이다. 부분변경과 함께 적용된 직선주행 보조 시스템은 굴곡이 큰 코너에서도 팔에 들어가는 힘을 줄여줘 운전 부담을 덜어준다. 이질감은 없지만 편리함이 느껴질 정도의 개입이다. 덕분에 제법 꽉 조여진 느낌으로 운전하면서도 안락함은 한결같다.


그렇다, 중형세단의 가장 큰 가치는 스포츠가 아니라 편안함이다. 아무리 어코드가 젊어져도 그건 마찬가지다. 소음을 저감해 주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과 진동을 완화하는 액티브 컨트롤 엔진 마운트 등의 적용으로 차는 시종일관 조용하고 부드럽다. 그러다가도 필요할 때는 번개처럼 치고 나간다. 많은 회사들이 보다 젊어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더 작은 차를 내놓고, 더 공격적인 스타일링을 덧씌운다. 하지만 눈 높은 젊은 소비자들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보수적인 기존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차가 되면서 되려 둘 다 잡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에 반해 어코드의 변신은 감히 평가하자면 “성숙한 회춘”이라 하겠다. 기존에 어코드가 지니고 있었던 강점들은 그대로 계승하고 더 가치를 높이면서도 제법 세련된 스타일로 보다 다양한 수요에 대응한다. 가치가 뚜렷해 기존 수요층에게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집 차”가 아닌 “내 차”로 고려할 수 있는 스타일링이다. 기왕이면 하이브리드도 추가해 고효율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새로운 어코드의 가격은 2.4와 3.5 각각 단일트림으로 3,490만 원과 4,190만 원이다. 주요 경쟁 모델인 캠리, 알티마보다는 조금 비싼 가격이지만 충분히 값어치를 한다. 중형 세단이라 할 지라도 공간이나 편의사양 모두 국산 준대형과도 경쟁할 만하다. 혼다는 CR-V, 레전드, 파일럿, 어코드 등 새 모델들을 공격적으로 선보이며 수입차 시장을 호령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려 하고 있다. 어코드는 그 야망을 이루기에 손색없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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